룻기

위대한 믿음의 여인들의 이야기

 룻기는 구약 성경 가운데 아가, 예레미야 애가, 전도서 그리고 에스더서와 함께 소위 다섯 두루마리에 속하는 책으로 오순절 추수절기에 읽혀졌다. 왜냐하면 룻기의 배경이 오순절과 같은 봄철 수확기이기 때문이다(룻 1:22; 2:23). 또한 룻기는 성경 가운데 아름다운 이야기의 하나로 꼽힌다. 그것은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절 사람들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무법의 시대에 그리고 흉년까지 곁들어 살기 힘든 고난의 시기에 룻이라는 평범한 한 여인의 사랑과 헌신, 믿음과 구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궁핍과 방황의 시대

 룻기는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었다는 말로 시작한다(룻 1:1).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베들레헴’이란 ‘베트’(집)와 ‘레헴’(양식)이 합쳐진 말로 마을의 이름이 ‘양식의 집(베들레헴)’이 될 정도로 곡식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마을이었는데 그 곳에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렇게 기이한 일이 생긴 것은 바로 당시의 시대상을 말해 준다. 사사기는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시대였다(삿 17:6; 18:1; 19:1; 20:25). 따라서 룻기의 시작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 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시기에 베들레헴에 흉년이 임했음을 말하면서 하나님을 버리고 이방의 나라에서 떠도는 것이 바로 고난임을 암시한다.


 믿음의 여인들

 룻기의 주요 인물들은 남자들이 아니라 여인들이다. 특히 야훼 하나님을 붙잡고 선택한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룻기 서두에 엘리멜렉과 그의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이 잠시 언급되지만(룻 1:2), 이후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인들에 의해 진행된다. 룻기에 나오는 첫 번째 여인은 나오미이다. 엘리멜렉의 아내로 이방 나라인 모압 땅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외롭게 살던 여인 나오미는 야훼께서 자기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양식을 주셨다는 소식을 듣고(룻 1:6)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귀향을 결심한다. 나오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야훼의 선대하심과(룻 1:8∼9; 2:20), 야훼의 통치하심을 인정하는 여인이었다(룻 1:13, 21).

 두 번째로 룻기를 이끌어 가는 여인은 주인공 룻이다. 모압 여인인 룻은 시어머니인 나오미가 자기의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룻은 야훼 하나님을 언급하며 시어머니를 떠나지 않고 믿음의 백성으로 남겠다는 결단을 한다(룻 1:16∼18; 2:11). 그리고는 시어머니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룻은 헌신적으로 시어머니를 공양한다(룻 2:1∼13). 이때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의 친척인 보아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은혜를 입게 된다. 룻에게 호의를 베푼 보아스는 룻의 기업 무를 자가 되고 마침내 둘은 결혼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장차 다윗 왕의 조상이 되는 아이가 태어난다(룻 4:13∼17).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시는 하나님

 룻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은혜로우신 하나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룻기에서 하나님은 고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 가까이에 계셔서 그들에게 기회를 베풀어 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나오미는 고향을 떠난 자신의 삶이 괴로움의 삶이었음을 고백하며 자신을 ‘나오미’(기쁨)이라고 부르지 말고 ‘마라’(괴로움)로 부르라고 한다(룻 1:19∼20). 그러나 하나님은 그녀의 인생이 괴로움으로 끝나게 하지 아니하셨다. 룻기의 마지막에서 나오미는 야훼 하나님의 은혜로 이웃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여인이 된다(룻 4:13∼17). 그것은 괴로움을 기쁨으로 바꾸시고, 슬픔을 춤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이 ‘마라’(괴로움)의 인생을 다시 ‘나오미’(기쁨)의 인생으로 바꾸셨기 때문이다. 괴로움이 기쁨으로 바뀐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그 은혜를 아는 사람들의 믿음의 결단이라는 것을 우리는 룻기를 통해 확인한다.

 룻기는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한 나오미와 이방 신을 섬기는 친정을 택하지 않고, 야훼 하나님을 섬기는 시댁을 택한 룻이 어떠한 축복을 받았는지 잘 보여준다. 망하고 실패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한 가정이 어떻게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의 가문이 되고, 예수님을 배출하는 가문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배경에 대해 룻기는 어떤 어려움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야훼 하나님을 선택하고 신뢰한 위대한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음을 분명히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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