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구약 성경에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이미 살펴본 열왕기상·하 외에도 역대기 상·하가 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네 권이다. 그런데 열왕기와 역대기를 읽다보면 내용이 서로 겹치는 부분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실제로 이 책들은 서로 동일한 사건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성경에는 비슷한 역사책이 두 개나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열왕기가 이스라엘이 멸망할 수밖에 없는 멸망의 원인에 관심을 가지고 기록했다면, 역대기는 포로기 이후 본토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열왕기가 과거지향적 역사서라면, 역대기는 미래지향적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참된 믿음의 뿌리(역대상 1∼9장)


 역대상이 기록된 시대는 이스라엘이 70년의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고향으로 귀환한 시기로 나라의 모든 것이 파괴된 때였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재건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뿌리를 되찾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뿌리를 찾은 후에야 미래의 비전을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역대상의 서두가 족보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열왕기서가 다윗이 솔로몬에게 왕권을 넘겨주는 시점부터 시작하는 것과는 달리 역대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의 시작을 아담에서 찾는다. 역대기가 이스라엘의 역사의 시작을 아담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대상 1:1). 아담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이다(창 1:27). 이것은 이스라엘의 백성들도 자신들의 조상인 아담과 같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백성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깨달아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적 사명을 일깨워준다.

 역대상의 족보에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여러 이스라엘 족장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유독 ‘야곱’이라는 이름 대신에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역대상에는 왜 ‘야곱’이라는 이름 대신에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것일까? 그 이유는 거짓과 속임 가운데 파란만장한 삶을 산 야곱 대신에 얍복강에서 하나님을 만나 삶의 전환기를 맞이한 믿음의 사람 이스라엘이 주는 의미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역대상 전반부(대상 1∼9장)에는 이스라엘 자손들의 족보가 매우 세심하게 기록되고 있다. 이것은 역대기가 인간의 변화 이전의 삶보다는 참 믿음에 의한 변화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진정한 신앙의 역사(역대상 10∼29장)


 역대상의 후반부는 사울의 죽음(대상 10장)과 동시에 다윗의 왕위 등극(대상 11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역대기서는 열왕기서와 달리 신앙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보통의 역사는 정치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기록하지만 역대기서는 믿음의 눈으로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것은 언약궤를 모셔 오고 성전 건축과 관련된 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윗이 예루살렘에서 전체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한 후 가장 먼저 시행한 일은 아비나답의 집에 있던 하나님의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오는 일이었다(대상 13:1∼6). 이는 다윗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웃사의 실수로 다윗의 계획은 어긋난다(대상 13:9∼14). 이 때 하나님은 언약궤를 옮기려 했던 다윗을 축복하고 외교와 정치 그리고 군사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하셨다. 다윗은 교만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하나님의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오기 위해 세밀한 계획을 준비하는 신앙의 모습을 보였다(대상 15:1∼29). 이것은 역대기가 다윗을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신앙의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다윗은 마침내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오게 되었고, 이 궤를 섬기는 사람들의 복무규정을 제정하고(대상 16:1∼6), 기쁨으로 감사의 찬양을 불렀다(대상 16:8∼36). 그 다음 다윗은 하나님이 거하실 집을 건축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윗에게 성전 건축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다윗은 전쟁으로 인해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이었다(대상 22:8). 그러나 다윗의 열심은 멈추지 않았다. 비록 자신에게는 성전 건축이 허락되지는 않았지만, 성전 건축 준비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석재, 목재, 금속 그리고 기술자 등 성전 건축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하고(대상 22:1∼5), 성전 봉사를 위한 여러 부서들과 직책들을 꼼꼼히 설치한다(대상 23:1∼28:21). 마지막으로 다윗의 삶은 감사의 기도로 끝을 맺는다(대상 29장).

 역대상이 이스라엘과 다윗의 삶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들이 고난과 역경의 삶을 살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에 대한 절대 믿음으로 삶을 종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과 이스라엘 역사의 평가는 한 인간이 이룬 업적과 성취보다도 믿음을 가지고 얼마나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살았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을 역대상은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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