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하나님 앞에 바로서기

구약 에스라서는 바벨론 포로 이후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연합하여 무너진 성전을 재건하고 와해된 신앙 공동체를 회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스라서는 무엇보다 신앙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에스라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스 1:1∼6:22)은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을 재건한 사건이다. 두 번째 부분(스 7:1∼10:44)은 에스라의 귀환에 의한 신앙 공동체의 개혁을 다룬다. 에스라서에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신앙으로 이겨낸 이스라엘 귀환 공동체의 승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하나님의 감동과 은혜로 재건된 성전(1∼6장)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의 입을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시기 위해 바사의 초대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셔서 유대인들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내라는 조서를 공포하게 하셨다(스 1:1). 이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마음에 감동을 받고 예루살렘에 야훼의 성전을 재건하기 위해 함께 일어났고(스 1:5),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금과 은과 각종 물품들을 기쁨으로 내어 놓았다(스 1:6). 뿐만 아니라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빼앗아 갔던 야훼 성전의 그릇들도 환수 조치되었다(스 1:7∼8). 세계 역사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포로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빼앗은 전리품을 무상으로 되돌려주었던 경우가 있었을까?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하나님이셨다. 고레스 그리고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 모두 하나님의 감동을 받은 자들이었다. 에스라서는 하나님의 감동만이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성전 재건의 시작은 예배의 회복에서 시작되었다(스 3:2∼6). 그리고 예배의 회복은 성전 재건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스 3:7). 성전의 기초가 놓일 때 옛 솔로몬 성전을 회상한 노인들은 대성통곡했지만 많은 백성들은 음악에 맞춰 찬송을 드리고 기쁨으로 크게 함성을 질렀다(스 3:10∼13). 그러나 이스라엘의 예배가 회복되고 성전이 재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스 4:1∼6). 이들의 갖은 훼방으로 인해 성전 재건은 다리오 왕 2년까지 중단되었다(스 4:7∼24).

장기간 중단되었던 성전 건축은 학개와 스가랴 두 선지자를 통한 하나님의 감동의 말씀으로 재개되었다(스 5:1∼2). 야훼 성전의 재건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인 자들은 바사 왕 다리오에게 성전 건축이 정말로 허락되었는지 물었다(스 5:3∼17). 이에 다리오는 문서 창고에서 왕의 조서를 찾아보게 하였다(스 6:1). 그런데 문서 창고에는 두 개의 조서가 있었다. 하나는 건축을 허락하는 고레스 왕의 ‘허락 조서’(스 6:3)였고 다른 하나는 건축을 중단시킨 아닥사스다 왕의 ‘금지 조서’(스 4:21)였다. 그런데 이때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였다. 왜냐하면 관리들이 발견한 조서는 금지 조서가 아닌 허락 조서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다리오 왕은 유다 사람들의 성전 공사를 막지 말 것이며, 왕의 재산과 세금으로 성전 재건을 도우라는 조서를 내렸다(스 6:6∼12). 성전의 재건을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되었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역전의 기회로 바꿔 놓으셨고 성전 재건은 완성되었다(스 6:15).


기도와 금식을 통한 삶의 개혁(7∼10장)

야훼 성전이 재건되자 하나님은 학자 에스라의 지도하에 사로잡혔던 자들을 다시 한 번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인도하셨다(스 7:1∼9). 이 때 에스라는 야훼의 율법을 연구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율례와 규례를 가르치기로 결심한다(스 7:10). 에스라 7∼10장은 예배와 성전을 회복한 이스라엘 공동체가 어떻게 삶의 방식들을 개혁했는지 보여준다. 이 당시 이스라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방 민족들과의 혼합 결혼과 이로 인한 종교의 혼합화였다(스 9:1∼15; 10:2). 이 때 에스라가 취한 방법은 기도와 금식이었다. 그는 금식을 선포하고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겸비하여 기도하였다(스 8:21). 에스라가 이처럼 기도와 금식으로 하나님께 간구하자 백성들 사이에서 큰 회개의 운동이 일어났다. 에스라의 가르침에 백성들은 통곡하며 회개하기 시작하였다(스 10:1∼3). 에스라에게 있어서 최우선 개혁 대상은 종교의 혼합을 조장하는 이방인과의 결혼이었다(스 10:11). 왜냐하면 아무리 성전이 재건되었다 하더라도 신앙이 온전하지 못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스라서는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전을 재건한 것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자 몸부림치며 삶을 변화시킨 과정들이 잘 나타나 있다. 이것은 신앙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 바로 서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백성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먼저 하나님의 은혜에 감동하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기는 것과, 하나님의 뜻에 따라 신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교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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