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에게 미래의 희망 보여주다
성경 역대기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으려는 미래지향적 역사책이다. 역대상은 아담의 족보에서 시작하여 다윗 왕까지의 역사에서 미래를 위한 교훈을 찾는다. 역대하에서도 이러한 시도는 계속된다. 그러면 이러한 시각에서 쓰인 역대하가 주는 신앙적 가치와 교훈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은혜로운 하나님의 관점(대하 1∼9장)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 치세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종교 등에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열왕기서에 기록된 솔로몬의 생애와 역대기에 기록된 솔로몬의 생애는 차이가 있다. 열왕기서는 초기에는 신실했지만 후기에는 하나님을 배역했던 솔로몬의 양면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기록하고 있다. 반면 역대기는 솔로몬을 일생 동안 하나님께 충성을 다했던 왕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역대기는 솔로몬 초기, 왕위 쟁탈로 인한 형제간의 피 흘림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곧장 기브온 산당에 가서 야훼 하나님께 제사를 지내고(대하 1:1∼3), 백성을 바르게 통치하기 위한 지혜와 지식을 구하는 솔로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대하 1:7∼13). 또한 열왕기는 솔로몬이 이방 민족과의 정략적인 결혼을 통하여 이스라엘에 우상이 들어오게 만든 죄를 지적하지만(왕상 11:1∼13), 역대기는 솔로몬을 다윗이 완수하지 못했던 다른 나라들과의 평화를 이끌어 내고(대하 9:22∼28), 다윗은 준비만 하고 완성하지 못했던 성전 건축을 강조하고 있다(대하 8:1∼16). 역대기에서는 솔로몬 왕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된, 이른바 이스라엘의 이상적인 왕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열왕기서가 하나님의 공의의 시각에서 기술한 책이라면 역대기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관점에서 기술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솔로몬이 여러 가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나, 솔로몬은 하나님께 일천번제를 드렸을 정도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열정적인 사람이었고(대하 1:6), 자신의 왕궁을 짓기 전에 하나님의 성전을 먼저 완공한 그야말로 하나님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대하 7:11; 8:1). 결국 역대하에 기록된 신실하고 충성된 솔로몬의 모습은 하나님의 은혜로운 시각에 비춰진 솔로몬의 모습이다. 우리는 역대기하를 통해 우리를 죄인으로만 바라보지 않으시고, 오히려 사랑과 은혜의 대상으로 여겨주시는 하나님의 심정과 관점을 읽게 된다.
은혜로운 하나님의 역사(대하 10∼36장)
역대하는 솔로몬 왕 이후부터 바벨론 포로들의 귀환까지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대하 36:22∼23). 이 부분은 이스라엘이 북 왕국과 남유다로 나뉘는 분열왕국의 시기와(대하 10:1∼19), 앗수르와 바벨론에 의해 이스라엘과 유다가 멸망하는 시기도 포함한다(대하 36:6∼8). 이 시기에 대해 열왕기는 이스라엘의 죄악으로 인해 왕국이 분열되었고, 그 결과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모두 망했다고 기록한다. 하지만 역대기는 그 죄악의 역사 중에서도 하나님 앞에서의 순종과 낮아짐의 모습을 보였던 자들의 모습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자신을 낮추는 자들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그들을 용서하신 것을 보여준다(대하 7:14∼18). 몇 가지 예를 들면 하나님은 르호보암이 ‘스스로 겸비하는’ 모습을 보이자 노를 돌이키셨다(대하 12:12). 또한 하나님은 자신의 교만함을 뉘우친 히스기야 왕과 예루살렘 주민들에게 진노를 내리지 않으셨다(대하 32:26). 심지어 유대 왕 중 가장 악하다는 평가를 받는 므낫세조차도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겸비하여’ 기도하니 적국으로부터 놓임을 받았던 것을 보게 된다(대하 33:12∼13). 이 외에도 역대하는 기도와 예배의 회복을 위해 애썼던 사람에게 임했던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증언한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대를 준비하기보다 하나님께 먼저 기도하며 성가대를 세운 여호사밧 왕은 하나님의 은혜로 승리의 선물을 받았다(대하 20:20∼23).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는 역대하의 마지막 부분에서 더욱 크게 부각된다. 열왕기서는 이스라엘의 왕이 바벨론에 끌려가 포로 생활을 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역대기는 유다 백성들을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명령하는 바사의 고레스왕의 칙령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이다(대하 36:22∼23).
역대하는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미래의 희망을 보게 한다. 이것은 하나님은 겸손하고, 순종하며, 기도와 예배의 회복을 꿈꾸는 자들을 결코 외면하거나 버리시지 않으신다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모름지기 하나님께 마음을 두며 겸손히 그 은혜를 사모하는 백성은 결코 망하지 않으며, 그들의 나라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성경 역대하를 통해 밝히 깨닫게 된다.
<국제신학교육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