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생명을 만나는 봉사로 ‘감사’ -

박경자 권사(마포2대교구)


죽음 앞에서 생명을 만나는 봉사로 ‘감사’
갑자기 찾아온 급성뇌병변 치유
기적속에 새 삶 얻고 헌신의 삶 다짐

 호스피스 봉사에서의 만남은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다. 봉사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는 죽음으로 헤어지게 된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가족들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이가 되어 많은 대화를 한다. 그때마다 깨닫는 것이 있다. 하나님 앞에 서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자들이 진정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세상에서 중요하다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내 경우도 죽음의 문턱을 넘어 주님을 만났고,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호스피스 봉사가 시작된 것이다.

 20년 전, 나는 부엌에서 일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놀란 남편이 119에 전화를 걸어 긴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급성뇌병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수술을 해도 가망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남편의 간곡한 부탁으로 각서까지 쓰고난 후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담당의사는 수술을 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확률은 1% 미만이라고 했다. 당시 하나님도 알지 못했던 나에게 주님은 1% 기적을 선물로 주셨다. 새 생명을 허락해 주신 것이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 나는 하나님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었다. 

 퇴원을 했지만 몸이 정상일 순 없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설 수가 없어서 방과 마루를 기어 다녀야만 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어서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다리에 힘이 조금씩 생겨나자 희망이 생겼다. 피나는 연습으로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나는 바로 교회를 나갔다. 결혼 전 여의도에서 비를 피해 들어갔었던 철골구조물 건물이었던 곳,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출석했다.

 교회를 다니면서 예수님을 만나 성령체험을 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성령 침례를 받은 후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주님과 동행한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그래서 나와 같이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고 싶었다. 예수님만 만나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평안이 온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다.

 호스피스 봉사자는 말벗이라고 한다. 암과 같은 불치의 병, 노인성 질환 등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질병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보다 더 큰 고통이 고독이다. 그래서 나는 하늘나라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상의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말벗이 되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려고 노력을 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예수님을 대신하여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봉사를 하면서 주는 것보다 받는 것도 참 많다. 봉사를 하다 보면 임종을 기다리는 사람, 함께 봉사하는 봉사자들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또 그들을 통해 예수님의 메시지를 전해 받기도 한다. 그것을 깨달으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벗고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한 풍요로운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