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재 권사(영광대학) -

“성경 필사는 손으로 쓰는 기도입니다”

20년 간 17권 성경 완필…마음의 병 치료받아
 쓰면 쓸수록 더 쓰고 싶어지고, 쓰는 동안 행복이 넘친다. 밖에 나와서도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연애편지 얘기가 아니다. 내가 지난 20년간 성경을 필사하면서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다. 지금까지 17번의 성경 필사를 통해 내가 체험한 많은 변화를 간증하고자 한다.

 1995년 나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당시 내가 불신자는 아니었지만, 안팎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걱정들이 늘 문제였다. 걱정은 갈수록 내 마음을 짓눌렀고, 잠도 잘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노이로제, 즉 신경쇠약이라는 병명을 얻게 됐다.

 신경쇠약은 대인관계에 장애를 줬다. 무엇보다도 갑자기 엄습하는 두려움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주변의 권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기도원에 가고 싶었다. 기도를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간신히 올라간 기도원이었지만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은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다녔다. 예배를 드리는 것을 방해했고, 어디에서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았다. 그러던 중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요한복음 1장 말씀이 나의 마음에 들어와 나를 사로잡은 것이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하나님은 “말씀이 곧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려 주셨다.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성경을 통해야 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창세기부터 성경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레위기를 넘기기도 전에 포기하고 말았다. 성경을 읽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집에 와서 다시 창세기부터 읽었다. 그리고 또 포기했다. 이것을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루는 구역장님이 “성경읽기가 힘들다면 성경을 매일 쓰면서 통독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신약 마태복음부터 매일 3∼4장씩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다. 성경을 쓰자 하나님은 말씀으로 나를 생명의 길로 인도해 주셨다.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됐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도 불쑥 쓸쓸하고 마음 붙일 곳 없고 외로운 기분이 들면 무조건 성경을 폈다. 기도의 힘이 필요할 때마다 말씀을 써내려갔다. 마음이 편안해 질 때까지 성경을 필사했다. 그랬더니 3개월 후 신약을 다 쓸 수 있었고, 6개월 후에는 신구약 성경 66권을 완필할 수 있었다.

 성경을 필사하면서 내가 앓았던 신경쇠약과 대인기피증은 완전히 치유 받았고 건강해졌다. 그래서 영광대학도 다닐 수 있었고, 순복음호스피스에서도 봉사할 수 있었다. 

 이렇게 1995년 12월부터 시작한 성경필사는 병을 치유한 것뿐만 아니라 눈까지 밝혀줬다. 지금 나는 81세인데도 웬만한 사람들보다 눈이 밝다. 주님의 말씀은 내 길의 빛이요 등불이라는 시편기자의 고백이 나의 고백이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이나 어려운 환경 등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성경을 필사해 보라고 권유한다. 성경필사는 손으로 쓰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영광대학에서는 성경 필사본들을 매년 전시해 주고 있어 필사성경이 더 알려졌다. 그래서 지금까지 쓴 17권 중 필사성경을 영광대학과 기도처, 백석대학에 기증했다. 또 조만간 완성될 필사본은 자녀들에게 신앙유산으로 물려줄 예정이다. 많은 이들이 성경 필사에 동참해 하나님의 영광과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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