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를 위한 신학 강좌<10> - 역사신학 ①

 참된 신앙을 갖는 데 신학은 전혀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신학이 신앙에 장애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사실 ‘신학’은 좁은 의미에서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의미하고 넓은 의미에서는 기독교 신앙 전반에 관한 서술을 뜻한다. 그러므로 (바른) 신앙이란 (바른) 신학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점검하여 재수정함으로써 얻어지는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평신도를 위한 신학 강좌’를 개설하여 연말까지 20회에 걸쳐 신학 전반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집필순서는 ①조직신학(3회), ②구약신학(3회), ③신약신학(3회), ④역사신학(6회), ⑤실천신학(5회) 순이다.<편집자 주>

초대 교회부터 현대까지의 기독공동체 역사

 이번 주부터는 흔히 ‘교회사’라고 일컫는 ‘역사신학’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교회사란 무엇이며(정의), 교회사 공부는 왜 중요하며(중요성), 교회사 공부를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며(과제), 교회사를 위한 연구 방법은 어떤 것이며(연구 방법), 또 이를 위해 교회사를 어떻게 시대별로 구분할 수 있는지(시대구분) 생각해 볼 것이다. 그다음 고대교회사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주제들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교회사의 정의
 언뜻 교회사란 ‘교회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리스도교의 역사’라는 말이 좀 더 명확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서 교회사란 초대 교회로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공동체의 신앙과 연관된 모든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살피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신학의 한 분야이다.

 
2. 교회사의 중요성과 과제
 흔히 ‘역사’라는 말을 들으면 골치 아프고 따분해하는 경우를 본다.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많은 사건과 연도를 암기했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역사 공부가 단순한 과거의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생생한 이야기의 탐구’가 될 때 역사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을 것이다. 사실 흥미의 여부와 관계없이 교회사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1)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관련된 ‘올바르지 않은 신앙’, ‘공동체를 향한 위험’을 생각하게 되며, 그와 유사한 일의 반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뿐만 아니라 과거 교회사 속에서 오늘날의 교회와 성도를 위한 올바른 기준이나 모범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른바 ‘도나투스 논쟁’(AD 4∼5세기, 북아프리카)은 전자를 위한 좋은 예일 것이다. 이는 고대교회 시절, 황제숭배를 거부하고 순교까지 각오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교회로부터 쫓아내려 했던 극단적 분리주의 신앙 운동으로서, 결국 이단으로 정죄되었다(411년 카르타고 교회회의). 이와 반대로, 마르틴 루터 이야기는 후자를 위한 좋은 예이다. 중세 말기 부패한 로마 가톨릭에 맞서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를 외치며 개혁에 앞장서던 마르틴 루터 이야기는 오늘날 교회와 성도에게 훌륭한 모범이 된다.
 이러한 교회사 공부의 중요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교회사의 과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교회사를 공부함으로써 우리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현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미래를 향한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3. 교회사의 연구 방법
 교회의 탄생 이후 지금까지의 긴 역사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교회사 연구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1) 한 가지 방법은 역사를 횡단면으로 놓고 연도에 따라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살피는 방법이다. 이러한 연구방식은 동시대에 여러 부문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한눈에 살필 수 있지만, 개별 사건의 인과 관계를 살피는 것은 어렵다. 2) 다른 한 가지는 특별한 영역을 선택하여 긴 시대를 걸쳐 그것을 집중적으로 추적해 가는 방법이다. 이것은 역사를 종단면으로 놓고 살피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사건의 전후 과정을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인 교회사 공부에서는 대체로 두 번째 방법이 적합하지만, 두 가지 방법의 장점을 잘 살려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교회사 연구의 이상적인 방법은 몇 가지 시대별 구분을 기준으로 하여, 그 가운데 특정한 사건들에 집중하고 사안들의 배경과 진행 및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다.

 
4. 교회사의 시대구분
 16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교회사의 시대 구분을 매우 세분하여 제시했다. 개신교는 100년을 단위로 이에 대응하여 가톨릭은 1년을 단위로 교회사를 정리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오늘날 주로 활용되고 있는 시대구분은 고대교회사, 중세교회사 그리고 근대교회사 세 가지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중세교회사를 종교개혁사와 구분하고, 근대교회사를 현대교회사와 구분하기도 한다. 다만 시대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정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따라서 시대구분에 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시도들의 타당성을 살피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1) 고대교회와 중세교회
 많은 학자는 고대교회의 시대적 범위를, 속사도들(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직접 친분을 가진 교회 지도자들)의 활동 시대로부터 로마제국의 멸망과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까지로 이해한다. 물론 칼로 자르듯 고대교회 시대와 중세교회 시대의 경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와 관련된 견해는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서로마제국의 몰락(476년)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다. 두 번째 기준은 교황 그레고리(590∼604)를 기점으로 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칼 대제(샤를마뉴, 768년 왕위 계승)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2) 중세교회와 종교개혁 시대
 중세교회 시대는 기술 학문 등의 분야에서 ‘위대한 발견’이라고 일컬어지는 발전 및 도약과 함께 끝을 맺는다. 이러한 시기의 중요한 특징은 ‘고대로 돌아가자’라는 의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교개혁의 시작을 중세교회가 끝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종교개혁 시대를 그 이전과 완전히 무관한 새로운 시대로 볼 수 없긴 하지만,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분리된 개신교 신앙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종교개혁을 기준으로 삼는 것에 큰 문제는 없다. 어느 시점을 종교개혁의 출발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도 역시 여러 견해가 있지만, 대부분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면벌부의 신학적 문제점을 게시하고, 로마 가톨릭을 향해 공개적인 토론의 불을 붙였던 1517년(10월 31일)을 상징적인 종교개혁 원년으로 본다.

 3) 종교개혁 시대와 근대교회
 종교개혁 시대에서 근대교회 시대로 접어드는 기점을 흔히 베스트팔렌 평화조약(1648)으로 이야기한다. 이를 기점으로 최초의 국제전쟁이었던 30년 전쟁이 막을 내리고, 주권국가들로 구성된 현대 유럽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합리주의 및 계몽주의 그리고 신앙부흥운동과 교파주의의 등장을 근거로 1648년 이후를 근대교회 시대로 일컫는다. 이 시기에 특별히 17세기 말부터 등장한 경건주의 운동과 18세기 전반부터 일어났던 감리교 운동 그리고 미국의 대각성 운동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근대교회와 현대교회의 구분점으로 보기도 하며, 일부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현대적 개혁을 목표로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현대교회의 출발점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5. 고대교회사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 사건들
 고대교회 시기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로마제국 내에서의 그리스도교의 전파가 이루어진 AD 100년까지 시기이다. 둘째, 그리스도교의 내적·외적 위기와 도전의 시기였던 AD 313년까지이다. 내적 도전과 위기란 여러 형태의 이단들을 가리키며, 외적 도전과 위기란 약 250년간 계속되었던 로마제국 내에서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를 가리킨다. 셋째, 로마제국의 국가 종교로서 그리스도교의 발전 시기이다. 이러한 고대교회 시기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주제들은 아래와 같다. 특히 이러한 주제들은 영미권과 유럽에서 실시되어오고 있는, 고대교회와 연관된 국가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이다. 

 1) 처음 3세기 동안 그리스도인들 박해 2) 처음 3세기 동안 그리스도교의 확장과 선교 3) 2세기의 이단과 정통 4) 고대교회 시대의 변증가들 5) 고대교회의 신앙고백 형성 6)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대전환  7) 도나투스 논쟁 8) 아리우스 논쟁과 삼위일체론의 형성 9) 그리스도교 수도원의 시작 10) 로마 주교제도와 교황제도의 시작과 발전(대 그레고르 교황까지) 11) 5세기의 그리스도론 논쟁 12) 펠라기우스 논쟁.

 앞으로 전개될 역사신학 강좌를 통해, 교회사 가운데 발견할 수 있는 하나님의 섭리에 관한 진지한 흥미가 생겨나길 소망한다.

<국제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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