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책 중 하나가 레위기다. 레위기에는 제사와 절기에 관한 규정들이 많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위기는 유대인 어린이들이 모세오경 중에서 가장 먼저 읽는 책일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막 12:31)는 예수님의 말씀도 사실 레위기 19장 18절에 나온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화목제로 설명하고 있는 바울 서신, 그리고 예수님을 대제사장으로 묘사하고 있는 히브리서를 비롯하여 신약성경의 많은 책들이 레위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레위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레위기는 먼저 다섯 가지의 제사에 대해 말해준다(1∼7장).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게 됨에 따라 하나님께 어떻게 제사를 드림으로 예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워야만 했다. 제사를 드리는 목적은 거룩하신 하나님께 경배 드리고 하나님과 교제를 위함이었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부정한 것과 함께 하실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든 죄와 부정함으로부터 정결함을 받아야 했다. 이를 위해서 레위기의 첫 부분은 번제(1장), 소제(2장), 화목제(3장), 속죄제(4장), 속건제(5장) 및 제사 후에 행할 여러 규례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희생 제물인 짐승의 피로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속한 것은 장차 예수님의 보혈이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해주신 것을 보여준다(롬 3:23∼히 10:12∼14, 19∼20; 벧전 1:2; 3:18; 요일 2:2).
둘째, 레위기의 다음 부분은 누가 어떻게 제사를 인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8∼10장). 제사를 집전할 제사장도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기 때문에,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거룩함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레위기는 제사장으로 하여금 물로 몸을 씻고, 기름과 피를 바름으로 스스로를 거룩하게 구별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거룩한 자만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위기에 나타난 대제사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준다. 예수님께서 대제사장이 되시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가 되어 인간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시기 때문이다(히 4:14∼16; 7:26∼28; 8:1∼6; 9:11∼12; 10:21∼22; 엡 2:13∼18).
셋째, 레위기는 가정과 일상생활에서의 거룩함과 정결도 요구하는 것을 보여준다(11∼15장). 거룩함을 실천하는 영역은 단지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성소에서만이 아니다. 진정한 거룩함은 평상시의 가정의 삶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레위기는 하나님 앞에서의 거룩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떤 것을 먹어야 하고 어떤 것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음식법(11:1∼47)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출산과 나병, 각종 피부병에 대한 규정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행해야 할 정결법(12:1∼15:33)을 가르치고 있다.
넷째, 레위기의 중심에는 대속죄일(大贖罪日)의 의식이 다루어진다(16장). 대속죄일은 1년에 한 번 대제사장과 이스라엘 백성이 참여하는 민족적 속죄일이다. 대속죄일의 의식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지은 죄와 부정을 씻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날 이스라엘 민족의 모든 죄를 아사셀 염소 위에 실어서 광야로 내보낸다. 민족의 죄를 짊어진 아사셀 염소는 광야에서 죽임을 당한다. 이러한 대속죄일 의식은 세상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미리 보여주는 의식이다(요 1:29, 막 10:45).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레위기의 대속죄일을 성취하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히 9장).
마지막으로 레위기는 성결한 삶을 위한 실제적인 가르침으로 끝을 맺는다(17∼27장). 거룩함의 영역은 제사에서 개인생활인 성생활(18:3∼23)과 사회생활(19∼22장)로 이어지며 마침내 이스라엘 공동체 전반에까지 확대된다(23∼27장). 이스라엘 공동체는 민족적 절기를 지키고(23장),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함으로써(25장)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구별된 삶을 살게 된다.
이처럼 레위기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이 성전 안에서나 밖에서, 즉 모든 삶의 영역에서 거룩함을 실천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만이 아니라, 가정생활, 사회생활에서도 거룩함을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닮아가는 언약 백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