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民數記)는 구약성경, 그리고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으로 ‘백성의 수에 관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민수기 안에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인구조사가 두 번이나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인구조사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정복을 위한 하나님이 군대로서의 체제를 지닌다. 민수기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타난 광야의 여정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면 민수기에 나타난 여정과 그에 내포된 영적 교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광야의 여정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먼저 시내 산에서 1년 정도 머무르며 언약 백성이요 예배 공동체로서 훈련을 받는다(1∼9장). 여기서 20세 이상의 싸움에 나갈 모든 남자들을 계수하는 1차 인구조사가 행해졌다(1∼4장). 그리고 레위인의 의무와 다양한 법령들과 규례들이 주어졌다(5∼10장). 이어 시내 산에서 모압으로 가는 여정이 기록된다(10∼20장). 여기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끊임없는 불평과 원망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모압 평지에서 일어난 일들이 기록되고 있다(21∼36장). 여기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약속의 땅으로 출발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게 하신다. 특히 하나님의 군대인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2차 인구조사가 행해지고(26장), 정복할 땅에서 행할 규례들이 언급되고 있다(27∼33장).
2.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과 반역
인구조사를 마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남은 것은 이제 믿음으로 약속의 땅을 유업으로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의 땅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불평과 원망을 쏟아내었다(11:1∼3). 고기 타령을 하는가 하면 하나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만나’(출 16:31)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11장). 그리고 가데스 지방에 도달하자 마실 물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며 모세와 다투기까지 하였다(20:2∼5). 음식에서 시작된 불평과 원망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나갔다.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꾼들의 부정적인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와 아론을 향하여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이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13∼14장).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은 타락으로 치달았다. 모압 평지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모압 여인들과 음행하였고, 심지어 모압의 신들에게 절함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과 반역을 자행하게 되었다(25:1∼2).
결과적으로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둔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큰 위협은 가나안 족속들이 아니라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불평과 원망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러한 범죄는 하나님의 진노를 발하게 하였으며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징계와 심판으로 나타났다.
3. 하나님의 신실하신 은혜
이스라엘 백성이 그 출발부터 끊임없이 불평과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했지만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는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은 만나에 불평을 늘어놓았던 백성들을 위해 메추라기를 이스라엘 진영 사방에 보내셨고(11:31), 먹을 물을 요구하며 모세와 다툼을 벌였던 이들을 위해서는 반석에서 물이 솟아나오도록 역사하셨다(20:7∼8). 또한 이스라엘이 모압에 도달하자 모압 왕 발락이 점쟁이 발람을 사주하여 이스라엘을 저주하려했을 때에도 강력한 역사하심을 통하여 발람의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어 주셨다(22∼24장). 비록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감사하기보다는 불평과 불만을 표출했지만 하나님은 모세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중보기도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의 문제를 해결해 주셨고, 원망하는 백성에게 떨어졌던 심판의 재앙들도 거두셨다(11:1∼2). 심지어 이스라엘이 가나안 입성 직전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불신했지만 하나님은 또 한 번의 인구조사를 통해 출애굽 2세대들에게 가나안 땅을 유업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셨다(26:1∼2).
이처럼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여정을 통해 불평과 원망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불순종으로는 약속의 땅을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는 영적인 가르침을 준다. 한편 민수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언약을 지키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신실한 하나님을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