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하나님께 택함 받은 인물들
세상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이스라엘의 역사 가운데 사사(士師) 시대가 왕정(王政) 시대로 바뀌는 시기가 있었다. 구약 사무엘상은 바로 이 시대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사무엘상은 이러한 역사의 전환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에는 마지막 사사로 불린 ‘사무엘에 대한 이야기’(삼상 1:1∼7:17)로부터 시작하여 이스라엘 왕국의 초대 왕으로 세움을 받은 ‘사울에 대한 기록’(삼상 8:1∼15:35) 그리고 사울에 이어 2대 왕으로 선택받은 ‘다윗에 대한 이야기’(삼상 16:1∼31:13)가 다양한 사건들과 함께 나타난다. 그러면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스라엘의 역사를 펼쳐 나가셨는지 살펴보자.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 - 사무엘

 사사 시대는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삿 17:6; 21:25) 영적 암흑의 시대였다. 그 결과 이스라엘에는 야훼 하나님의 말씀이 희귀하였고, 비전이 없는 어둡고 답답한 시기가 되었다(삼상 3:1). 이러한 영적인 암흑기에 하나님은 한 사람을 찾고 계셨고 그를 기다리고 계셨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고난의 때에 애통하는 기도를 드렸던 어머니 한나를 통해 태어난 사무엘이었다(삼상 1:1∼28).

  사무엘은 그 태생이 레위 족속도 아니었고, 제사장 출신도 아닌 이스라엘의 평범한 집안의 소년이었다. 당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전해야 할 책임이 있던 제사장 엘리는 성소를 비워두고 자신의 처소에 머물고 있었고(삼상 3:2), 그의 두 아들은 세속에 물들어 온갖 악행을 일삼고 있었다(삼상 2:12∼17,22∼25). 종교 지도자들의 영적인 눈이 어두워지고, 영적인 귀가 둔감해진 그 때에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 소년이 하나님의 말씀을 받게 되었다(삼상 3:10∼14). 사무엘은 장성한 후에 이스라엘의 첫 왕을 선택할 때에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삼상 9:15∼17). 이처럼 이스라엘의 왕정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한 사람 사무엘에 의해 시작됐다.


 하나님이 세우신 사람 - 사울

 사무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왕정 제도의 위험성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삼상 8:10∼18; 12:14∼15) 백성들은 줄기차게 왕을 요구하였다(삼상 8:19).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왕을 허락하시고 사울을 택하시고(삼상 12:13), 그를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삼으셨다(삼상 11:15). 사울은 이스라엘 지파 중에서 가장 작은 베냐민 지파 출신이었다(삼상 9:21). 사람들은 사울의 출신 배경 때문에 그를 왕으로 환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멸시했다(삼상 10:27). 그러나 사울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하고(삼상 11:6), 그가 암몬 족속을 크게 무찌르자 비로소 그를 왕으로 인정하였다(삼상 11:12∼15). 이처럼 이스라엘의 초대 왕은 사람들 보기에 비천하고 탐탁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세우신 한 사람 사울로부터 시작됐다.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사람 - 다윗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은 처음에는 겸손히 왕직을 수행했지만, 나중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함으로써 하나님께서는 그를 버리시고 새로운 사람을 택하셨다(삼상 15:17∼16:13). 사무엘은 용모와 외모가 뛰어났지만, 하나님은 사람과는 다른 기준으로 다윗을 선택하셨다. 그것은 얼마만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성경은 다윗이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다(삼상 13:14). 철저히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늘 하나님께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뜻을 추구한 다윗의 믿음과 신앙 자세야말로 그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된 요인이라 할 수 있다(대상 10:14; 14:10,14; 21:8,26). 이처럼 실패한 듯, 위태로운 듯하며 흔들렸던 이스라엘 왕정은 하나님 마음에 맞는 한 사람 다윗을 통하여 굳게 세워지고 이스라엘 나라는 점점 강성해져 나갔다.

 하나님께서는 세상 역사 가운데 그의 나라를 이루어 가신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왕정을 허락하시고 왕을 세우셨지만 그 왕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나라를 다스려야 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은 사울이 폐위되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다윗이 왕으로 세움 받은 것은 바로 이 세상 역사를 주관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사무엘상을 통해 겸손히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그 뜻에 순종하는 사람만이 하나님께 쓰임 받게 되고 하나님 나라의 주역으로 자리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국제신학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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룻기

위대한 믿음의 여인들의 이야기

 룻기는 구약 성경 가운데 아가, 예레미야 애가, 전도서 그리고 에스더서와 함께 소위 다섯 두루마리에 속하는 책으로 오순절 추수절기에 읽혀졌다. 왜냐하면 룻기의 배경이 오순절과 같은 봄철 수확기이기 때문이다(룻 1:22; 2:23). 또한 룻기는 성경 가운데 아름다운 이야기의 하나로 꼽힌다. 그것은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절 사람들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무법의 시대에 그리고 흉년까지 곁들어 살기 힘든 고난의 시기에 룻이라는 평범한 한 여인의 사랑과 헌신, 믿음과 구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궁핍과 방황의 시대

 룻기는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었다는 말로 시작한다(룻 1:1).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베들레헴’이란 ‘베트’(집)와 ‘레헴’(양식)이 합쳐진 말로 마을의 이름이 ‘양식의 집(베들레헴)’이 될 정도로 곡식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마을이었는데 그 곳에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렇게 기이한 일이 생긴 것은 바로 당시의 시대상을 말해 준다. 사사기는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시대였다(삿 17:6; 18:1; 19:1; 20:25). 따라서 룻기의 시작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 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시기에 베들레헴에 흉년이 임했음을 말하면서 하나님을 버리고 이방의 나라에서 떠도는 것이 바로 고난임을 암시한다.


 믿음의 여인들

 룻기의 주요 인물들은 남자들이 아니라 여인들이다. 특히 야훼 하나님을 붙잡고 선택한 여인들의 이야기이다. 룻기 서두에 엘리멜렉과 그의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이 잠시 언급되지만(룻 1:2), 이후 대부분의 이야기는 여인들에 의해 진행된다. 룻기에 나오는 첫 번째 여인은 나오미이다. 엘리멜렉의 아내로 이방 나라인 모압 땅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외롭게 살던 여인 나오미는 야훼께서 자기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양식을 주셨다는 소식을 듣고(룻 1:6)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귀향을 결심한다. 나오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야훼의 선대하심과(룻 1:8∼9; 2:20), 야훼의 통치하심을 인정하는 여인이었다(룻 1:13, 21).

 두 번째로 룻기를 이끌어 가는 여인은 주인공 룻이다. 모압 여인인 룻은 시어머니인 나오미가 자기의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룻은 야훼 하나님을 언급하며 시어머니를 떠나지 않고 믿음의 백성으로 남겠다는 결단을 한다(룻 1:16∼18; 2:11). 그리고는 시어머니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룻은 헌신적으로 시어머니를 공양한다(룻 2:1∼13). 이때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의 친척인 보아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은혜를 입게 된다. 룻에게 호의를 베푼 보아스는 룻의 기업 무를 자가 되고 마침내 둘은 결혼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장차 다윗 왕의 조상이 되는 아이가 태어난다(룻 4:13∼17).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시는 하나님

 룻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은혜로우신 하나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룻기에서 하나님은 고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 가까이에 계셔서 그들에게 기회를 베풀어 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나오미는 고향을 떠난 자신의 삶이 괴로움의 삶이었음을 고백하며 자신을 ‘나오미’(기쁨)이라고 부르지 말고 ‘마라’(괴로움)로 부르라고 한다(룻 1:19∼20). 그러나 하나님은 그녀의 인생이 괴로움으로 끝나게 하지 아니하셨다. 룻기의 마지막에서 나오미는 야훼 하나님의 은혜로 이웃 여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여인이 된다(룻 4:13∼17). 그것은 괴로움을 기쁨으로 바꾸시고, 슬픔을 춤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이 ‘마라’(괴로움)의 인생을 다시 ‘나오미’(기쁨)의 인생으로 바꾸셨기 때문이다. 괴로움이 기쁨으로 바뀐 것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그 은혜를 아는 사람들의 믿음의 결단이라는 것을 우리는 룻기를 통해 확인한다.

 룻기는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한 나오미와 이방 신을 섬기는 친정을 택하지 않고, 야훼 하나님을 섬기는 시댁을 택한 룻이 어떠한 축복을 받았는지 잘 보여준다. 망하고 실패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한 가정이 어떻게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의 가문이 되고, 예수님을 배출하는 가문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배경에 대해 룻기는 어떤 어려움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야훼 하나님을 선택하고 신뢰한 위대한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음을 분명히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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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하나님의 뜻 상실한 시대의 이스라엘
타락-재앙-고통-구원의 역사 반복 돼

  ‘사사기’(士師記)는 이스라엘을 다스렸던 사사들에 대한 기록이다. 사사기는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후부터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즉 사울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하기까지의 약 35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사사기는 한 마디로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 가나안에 정착하면서 경험하게 된 신앙 갈등의 역사이다. 사사기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끊임없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우상숭배와 음란에 빠져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외적의 침략이라는 매로 치시면서 다시 하나님께 돌아오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잘 나타나 있다.

  이처럼 철부지 같은 이스라엘 백성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모습은 사사기 전체를 통해서 일종의 ‘순환 고리’(패턴)를 이루고 있다. 즉 ① 이스라엘 백성의 타락 ② 하나님의 심판(이민족의 침략과 압제) ③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 ④ 하나님의 구원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사사기의 특징이다.


 1. 이스라엘 백성의 타락
  여호수아와 장로들이 생존해 있을 때 야훼 하나님이 행하신 모든 큰일을 본 사람들은 하나님을 잘 섬겼다(삿 2:7). 그러나 그 이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대는 악을 행했고 바알과 아스다롯과 같은 이방신들을 섬겼다(삿 2:11).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가나안 사람들과 결혼하여 살면서 구원의 하나님이신 야훼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따라가며 음행하였고(2:17), 야훼 앞에서 악을 행하면서(삿 3:7, 12; 6:1; 10:6), 풍요의 신이라 일컫는 바알을 비롯한 이방신들을 섬김으로 신앙적 음란을 저질렀고(삿 8:33), 심지어는 윤리적인 음행의 죄도 범했다(삿 19:2; 20:6). 문제는 이와 같은 죄악상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는데 있었다(3:7, 12, 4:1, 6:1, 10:6, 13;1).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적 해이는 천천히 삶 가운데로 스며들었고, 결국에는 그들을 타락의 길로 인도하였다.


 2. 재앙의 도래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의 하나님 대신 풍요의 신인 바알을 섬기자 하나님께서는 크게 진노하셨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이방 민족들로부터 노략질을 당했고(삿 2:14), 이스라엘 도처에 재앙이 임하기 시작했으며(삿 2:15), 성읍이 점령당함으로(삿 3:13), 어쩔 수 없이 이방인들을 섬겨야만 했다(삿 3:8, 14).
 이처럼 하나님은 타락한 이스라엘을 적군들의 손에 넘기셨다(삿 6:1; 10:7; 13:1). 이스라엘 백성의 눈앞에 놓여있던 찬란한 풍요는 마치 추수날 쭉정이가 바람에 날리듯 날아가 버렸다.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께서 내리신 재앙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구원의 방패 되시는 야훼 하나님을 이미 버렸기 때문이다.


 3. 이스라엘 백성의 고통의 신음
  하나님을 떠난 풍요의 허무함과 자신들의 연약함과 무력함을 뼈저리게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은 고통의 신음을 내며(삿 2:18) 하나님께 부르짖기 시작했고(3:9, 15; 4:3; 6:6-7). 자신들의 죄를 뒤늦게 고백하기 시작했다(10:10, 15, 13:15). 사사기는 하나님을 저버린 백성에게는 고통과 신음의 연속만이 기다리고 있을뿐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4.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이러한 애통과 신음 가운데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이 임한다. 자신들의 잘못을 돌이킬 힘조차 없이 고통의 신음 소리를 내고, 하나님께 부르짖자 하나님께서 뜻을 돌이키사(삿 2:18) 사사들을 보내어 이스라엘을 대적들의 손에서 구원하셨다. 사사들은 옷니엘, 에훗(3:9∼11), 삼갈(3:31), 드보라(4:4∼5장), 기드온(6:11∼9장), 돌라(10:1∼2), 야일(10:3∼5), 입다(11:1∼12:7), 입산(12:8∼10), 엘론(12:11∼12), 압돈(12:13∼15), 삼손(13:2∼16장) 등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성경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대적에게 압박과 괴롭게 함을 받아 슬피 부르짖으므로 야훼께서 뜻을 돌이키셨음이거늘”(삿 2:18)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은 350년간 타락-재앙-고통-구원의 역사를 반복했다. 그들이 이러한 역사를 여러 차례 반복한 것은 그때가 하나님의 뜻을 상실한 시대였기 때문이다(삿 21:25).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시대는 결국 타락과 재앙의 고통 가운데 있게 된다는 성경(사사기)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신학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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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

 여호수아서는 구약의 책 가운데 전쟁과 모험이 가장 많이 나오는 성경 역사서 중의 하나로 하나님께서 족장들과 맺으신 땅에 대한 언약을 성취하시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역사의 기록은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가나안에 들어가서 약속의 땅을 차지했으며 또 그 땅을 어떻게 배분했는지를 보여준다. 여호수아서에는 이러한 가나안 땅의 정복과 배분의 과정에서 나타난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이 잘 나타나 있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시다.

 여호수아서는 하나님께서 신실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말해준다. 여호수아서는 그 시작과 마지막에서 여러 차례 야훼께서 약속하신 말씀들이 모두 성취되었음을 증언한다(수 1:3; 21:43∼45; 23:15). 특별히 여호수아 21장 45절은 야훼의 신실하심을 가장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다. “야훼께서 이스라엘 족속에게 말씀하신 선한 말씀이 하나도 남음이 없이 다 응하였더라” 이스라엘은 광야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그리고 가나안 족속의 무서운 칼날 아래에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면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야훼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약속하신 말씀을 반드시 성취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수백 년 전 이스라엘 열조에게 맹세하신 약속을 잊지 않으시고 지키셨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나님은 역사하시는 분이시다.

 여호수아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인간의 삶 속에서 행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 나타난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지나 약속의 땅으로 진입할 때 위기 앞에서 직접 행동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요단 강 앞에서 흘러넘치는 강물을 멈추게 하시는 하나님과(수 3:15∼17), 어떠한 인간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난공불락의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시는 하나님을 실제로 경험한다(수 6:20). 또한 기브온 전투에서 우박 덩이를 하늘로부터 쏟아붓고(수 10:11), 태양과 달을 멈춰서 아모리 족속을 물리치도록 행하시는(수 10:13)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은 위기의 삶 속에서 직접적으로 역사하시는 분이심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위기의 순간마다 그들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리며 하나님께 도움의 기도를 드렸고, 그때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삶 속에서 경험하였다.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함께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나타난다. 왜냐하면 현대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성도의 삶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간증들이 끊임없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함께하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여호수아서에서 만나게 되는 하나님은 인간들과 항상 함께하시는 하나님이다. 모세의 뒤를 이어 민족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이 반복적으로 주신 가장 큰 약속은 동행하시고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이었다(수 1:5,9,17). 하나님의 동행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에게 형통의 지름길이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널 때 자신이 백성과 함께 하심을 보여주기 위해 언약궤를 이스라엘 백성 앞에 두셨고(수 3∼4장), 여리고를 공격하기 전에 야훼의 군대장관을 여호수아에게 보내심으로 야훼가 이 전쟁에 함께하실 것임을 확증해 주셨다(수 5:13∼15). 또한 여리고를 함락할 때에도 하나님께서는 제사장들로 하여금 언약궤를 메고 성을 돌게 하심으로 그들과 함께하심을 보여주셨다(수 6장). 이런 연유로 여호수아는 훗날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너희 하나님 야훼 그는 너희를 위하여 싸우신 자”라고 고백하며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드러내고 있다(수 23:3).

 우리는 여호수아서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경험한 하나님에 대한 절절한 고백을 듣게 된다. 비록 환경적으로는 불안정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오히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경험하였고,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에 의해 자신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였으며,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동행하심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여호수아서는 우리가 삶에서 부딪히게 되는 위기의 순간이 단순히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할 수 있는 위대한 기회의 시간이 됨을 깨닫게 한다.

<국제신학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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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모세오경의 결론이 되는 책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의 관계는 ‘사랑’

 신명기(申命記)는 모세오경의 다섯 번째 책으로서 율법을 되풀이하여 기록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신명기에는 출애굽기와 민수기에 선포된 율법을 다시 요약해서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신명기는 모세오경의 결론이요 이스라엘 백성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헌법과도 같은 책이다. 따라서 신명기를 알면 구약성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신명기는 구약의 핵심이라 불린다.
 신명기의 기록자인 모세는 가나안 입성을 눈앞에 둔 이스라엘 백성에게 지금까지의 지나온 역사를 회고하면서 마치 유언을 말하는 것처럼 비장하게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3번에 걸친 설교(1:1∼4:43; 4:44∼28:68; 29:1∼34:12)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준다. 이러한 그의 가르침은 전체적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신명기에 나타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은 어떠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은 사랑의 관계로 결합되어 있다.
 신명기 4장 37절은 “야훼께서 네 조상들을 사랑하신 고로…”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말한다. 그리고 신명기 6장 4∼5절은 “이스라엘아 들으라(‘쉐마 이스라엘’) 우리 하나님 야훼는 오직 유일한 야훼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야훼를 사랑하라”고 선포하면서 하나님을 향한 이스라엘의 사랑이 언급되고 있다. 이처럼 신명기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를 사랑으로 정의한다.
 사람들은 구약의 하나님을 경외의 대상이나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명기는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경외나 두려움 보다는 사랑으로 이해한다.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마 22:37∼38)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신명기의 메시지를 언급하신 것이다. 흔히 ‘율법 시대’로 알려져 있던 구약 시대에 이처럼 하나님과의 관계를 사랑의 관계로 정의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둘째,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은 선택의 관계 가운데 있다.
 신명기 4장 37절은 “야훼께서 네 조상들을 사랑하신 고로 그 후손인 너를 택하시고 큰 권능으로 친히 인도하여 애굽에서 나오게 하시며”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가 선택의 관계임을 말해준다. ‘선택’은 신명기의 흐름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신명기에서 반복되어 등장하는 출애굽 사건과 시내산 언약 그리고 광야 인도와 대적들을 물리침 등은 단순한 과거의 나열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들은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특별하신 선택을 나타내는 역사적 증거이다. 비록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선택하심에 대하여 불평과 불만 그리고 불신으로 응답했지만 하나님은 자신의 선택을 취소하지 않으셨다. 왜냐하면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는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선택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셋째,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은 은혜의 관계 가운데 있다.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노예로 있었던 때를 기억하라고 명령한다(신 15:15). 그리고 또한 그들의 어려웠던 시절을 뒤돌아보면서 주변의 약자들을 선하고 은혜롭게 대우해야 함을 강조한다(신 15:1∼18).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들 주위의 약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신명기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은 은혜의 나눔을 통하여 관계가 설정됨을 보여준다. 이것은 오늘날 성도들이 말로만 복음을 증거하기보다는 사랑과 나눔의 그릇에 담아 전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성도들에게 있어서 사랑과 나눔은 단순한 이웃돕기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통로임을 가르쳐 준다.
 이처럼 신명기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 사이의 핵심적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신명기의 말씀은 수천 년 전에 쓰였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귀담아 들어야 할 귀한 교훈을 담고 있다. 우리는 신명기를 통해 하나님 말씀의 신비로움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국제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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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민수기(民數記)는 구약성경, 그리고 모세오경의 네 번째 책으로 ‘백성의 수에 관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민수기 안에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인구조사가 두 번이나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인구조사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정복을 위한 하나님이 군대로서의 체제를 지닌다. 민수기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타난 광야의 여정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면 민수기에 나타난 여정과 그에 내포된 영적 교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광야의 여정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먼저 시내 산에서 1년 정도 머무르며 언약 백성이요 예배 공동체로서 훈련을 받는다(1∼9장). 여기서 20세 이상의 싸움에 나갈 모든 남자들을 계수하는 1차 인구조사가 행해졌다(1∼4장). 그리고 레위인의 의무와 다양한 법령들과 규례들이 주어졌다(5∼10장). 이어 시내 산에서 모압으로 가는 여정이 기록된다(10∼20장). 여기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끊임없는 불평과 원망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모압 평지에서 일어난 일들이 기록되고 있다(21∼36장). 여기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약속의 땅으로 출발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게 하신다. 특히 하나님의 군대인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2차 인구조사가 행해지고(26장), 정복할 땅에서 행할 규례들이 언급되고 있다(27∼33장).


 2.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과 반역

 인구조사를 마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남은 것은 이제 믿음으로 약속의 땅을 유업으로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약속의 땅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자마자 불평과 원망을 쏟아내었다(11:1∼3). 고기 타령을 하는가 하면 하나님께서 특별히 허락하신 ‘만나’(출 16:31)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11장). 그리고 가데스 지방에 도달하자 마실 물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며 모세와 다투기까지 하였다(20:2∼5). 음식에서 시작된 불평과 원망은 하나님에 대한 불신으로 번져나갔다.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꾼들의 부정적인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와 아론을 향하여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이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13∼14장).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은 타락으로 치달았다. 모압 평지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모압 여인들과 음행하였고, 심지어 모압의 신들에게 절함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과 반역을 자행하게 되었다(25:1∼2).

 결과적으로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둔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큰 위협은 가나안 족속들이 아니라 내부에서 피어오르는 불평과 원망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러한 범죄는 하나님의 진노를 발하게 하였으며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징계와 심판으로 나타났다. 


 3. 하나님의 신실하신 은혜

 이스라엘 백성이 그 출발부터 끊임없이 불평과 원망의 목소리를 높였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했지만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는 멈추지 않았다. 하나님은 만나에 불평을 늘어놓았던 백성들을 위해 메추라기를 이스라엘 진영 사방에 보내셨고(11:31), 먹을 물을 요구하며 모세와 다툼을 벌였던 이들을 위해서는 반석에서 물이 솟아나오도록 역사하셨다(20:7∼8). 또한 이스라엘이 모압에 도달하자 모압 왕 발락이 점쟁이 발람을 사주하여 이스라엘을 저주하려했을 때에도 강력한 역사하심을 통하여 발람의 저주를 축복으로 바꾸어 주셨다(22∼24장). 비록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감사하기보다는 불평과 불만을 표출했지만 하나님은 모세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중보기도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의 문제를 해결해 주셨고, 원망하는 백성에게 떨어졌던 심판의 재앙들도 거두셨다(11:1∼2). 심지어 이스라엘이 가나안 입성 직전에 하나님의 도우심을 불신했지만 하나님은 또 한 번의 인구조사를 통해 출애굽 2세대들에게 가나안 땅을 유업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셨다(26:1∼2).

 이처럼 민수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여정을 통해 불평과 원망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불순종으로는 약속의 땅을 유업으로 받을 수 없다는 영적인 가르침을 준다. 한편 민수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약속하신 언약을 지키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신실한 하나님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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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산책 - 레위기

  구약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책 중 하나가 레위기다. 레위기에는 제사와 절기에 관한 규정들이 많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위기는 유대인 어린이들이 모세오경 중에서 가장 먼저 읽는 책일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막 12:31)는 예수님의 말씀도 사실 레위기 19장 18절에 나온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화목제로 설명하고 있는 바울 서신, 그리고 예수님을 대제사장으로 묘사하고 있는 히브리서를 비롯하여 신약성경의 많은 책들이 레위기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레위기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레위기는 먼저 다섯 가지의 제사에 대해 말해준다(1∼7장).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게 됨에 따라 하나님께 어떻게 제사를 드림으로 예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워야만 했다. 제사를 드리는 목적은 거룩하신 하나님께 경배 드리고 하나님과 교제를 위함이었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부정한 것과 함께 하실 수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든 죄와 부정함으로부터 정결함을 받아야 했다. 이를 위해서 레위기의 첫 부분은 번제(1장), 소제(2장), 화목제(3장), 속죄제(4장), 속건제(5장) 및 제사 후에 행할 여러 규례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희생 제물인 짐승의 피로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속한 것은 장차 예수님의 보혈이 온 인류의 죄를 대속해주신 것을 보여준다(롬 3:23∼히 10:12∼14, 19∼20; 벧전 1:2; 3:18; 요일 2:2).

  둘째, 레위기의 다음 부분은 누가 어떻게 제사를 인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8∼10장). 제사를 집전할 제사장도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기 때문에,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거룩함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레위기는 제사장으로 하여금 물로 몸을 씻고, 기름과 피를 바름으로 스스로를 거룩하게 구별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거룩한 자만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레위기에 나타난 대제사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준다. 예수님께서 대제사장이 되시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가 되어 인간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시기 때문이다(히 4:14∼16; 7:26∼28; 8:1∼6; 9:11∼12; 10:21∼22; 엡 2:13∼18).

  셋째, 레위기는 가정과 일상생활에서의 거룩함과 정결도 요구하는 것을 보여준다(11∼15장). 거룩함을 실천하는 영역은 단지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성소에서만이 아니다. 진정한 거룩함은 평상시의 가정의 삶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레위기는 하나님 앞에서의 거룩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떤 것을 먹어야 하고 어떤 것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음식법(11:1∼47)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 출산과 나병, 각종 피부병에 대한 규정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행해야 할 정결법(12:1∼15:33)을 가르치고 있다.

  넷째, 레위기의 중심에는 대속죄일(大贖罪日)의 의식이 다루어진다(16장). 대속죄일은 1년에 한 번 대제사장과 이스라엘 백성이 참여하는 민족적 속죄일이다. 대속죄일의 의식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지은 죄와 부정을 씻고,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날 이스라엘 민족의 모든 죄를 아사셀 염소 위에 실어서 광야로 내보낸다. 민족의 죄를 짊어진 아사셀 염소는 광야에서 죽임을 당한다. 이러한 대속죄일 의식은 세상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미리 보여주는 의식이다(요 1:29, 막 10:45).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레위기의 대속죄일을 성취하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히 9장).

  마지막으로 레위기는 성결한 삶을 위한 실제적인 가르침으로 끝을 맺는다(17∼27장). 거룩함의 영역은 제사에서 개인생활인 성생활(18:3∼23)과 사회생활(19∼22장)로 이어지며 마침내 이스라엘 공동체 전반에까지 확대된다(23∼27장). 이스라엘 공동체는 민족적 절기를 지키고(23장),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함으로써(25장)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구별된 삶을 살게 된다.

  이처럼 레위기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이 성전 안에서나 밖에서, 즉 모든 삶의 영역에서 거룩함을 실천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만이 아니라, 가정생활, 사회생활에서도 거룩함을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거룩하신 하나님을 닮아가는 언약 백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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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과 인도하심 보여주는 ‘출애굽기’
우리와 동행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

 출애굽기는 구약성서의 두 번째 책으로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해 출애굽기는 야훼 하나님에 대한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이 함축되어 있는 책으로, 아브라함, 이삭 그리고 야곱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의 언약이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 성취되어져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출애굽기에서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큰 민족을 이룬 이스라엘 백성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애굽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또한 어떠한 사건들을 통하여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성장해 가는지를 매우 생생한 언어로 말해준다. 이처럼 출애굽기에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인도하심이 잘 나타나 있다.

 출애굽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과 인도하심은 다음의 5가지 주제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해방’(출 1:1∼15:21)이다. 해방은 출애굽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이다. 왜냐하면 출애굽기는 애굽에서 430년간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전능하신 도움으로 애굽을 무사히 빠져나와 노예에서 해방되는 과정이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해방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고통 받는 자들의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직접 나서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신 것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큰 은혜를 베푸셨기 때문이다. 이러한 은혜의 하나님은 오늘날에도 삶의 무게에 억눌려 울부짖는 사람들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시는 하나님으로 우리의 곁에 와 계신다.

 둘째, ‘하나님을 아는 지식’(출 15:22∼18:27)이다. 하나님께서 열 가지 재앙과 홍해의 기적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해 주신 것은 그들로 하여금 야훼 하나님이 바로 그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이심을 알도록 하시기 위함이었다(출 6:7). 애굽에서 탈출한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애굽에서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은 목마른 자들에게 물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이시요(출 15:22∼27), 배고픈 자들에게는 먹을 것을 공급하시는 하나님이시며(출 16:1∼36), 광야를 지날 때에 의복과 신발이 해어지지 않도록 돌보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경험하며 깨달아 알아갔다(신 29:5).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부여하시기 이전에 그들에게 은혜를 부어 주신 것이다. 출애굽기에 나온 광야의 사건들은 야훼 하나님이 율법보다 은혜가 먼저이신 하나님이심을 증거한다.

 셋째, ‘율법과 언약’(출 19∼24장)이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키시고, 광야에서 그들을 인도하신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것은 단지 신앙 생활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켜져야 할 지침들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율법은 십계명이다. 십계명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에게 직접 말씀하신 것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신앙의 필수 항목 10가지이다(출 20:1∼17). 그리고 마치 신랑과 신부가 서약을 통해 서로에게 헌신을 약속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듯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과 시내산에서 언약을 체결하심으로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으신다(출 21∼24장). 비록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함으로 하나님과의 언약이 파기될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파기되지 않고 새롭게 갱신된다(출 32∼34장).

 넷째, ‘하나님의 임재’(출 25∼31장)이다. 출애굽기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주제는 바로 하나님의 임재이다. 이스라엘은 특별히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 위해 구별된 장소인 성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는다. 성막은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먼 곳을 갈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임재하신 성막은 항상 이스라엘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므로 하나님의 성막은 늘 우리들 가운데 계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을 나타낸다. 성막은 또한 하나님의 백성과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성막은 한 곳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이동하며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는 천막의 형태를 지녔기 때문이다. 야훼 하나님이 화려한 치장으로 고정된 성전이 아닌, 이동 가능한 천막을 선택하신 것은 자신의 권위와 화려함보다는 이스라엘 백성과의 동행을 더 중요하게 여기신 것을 보여준다.

 출애굽기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믿음과 소망을 준다. 하나님은 세상 가운데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는 은혜의 하나님이시며, 또한 우리와 늘 동행하셔서 우리를 선하고 아름답게 인도해 주시는 좋으신 하나님이심을 오늘날에도 여전히 증거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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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산책-창세기

 매월 셋째 주에는 성경 66권의 내용을 책별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자 한다. 구약성경은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의 39권을 ‘구약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신약성경은 마태복음부터 요한계시록의 27권을 ‘신약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성경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욱 증진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주>


천지창조와 구원 역사의 시작
온 인류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가득해


 매월 셋째 주에는 성경 66권의 내용을 책별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약성경은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의 39권을 ‘구약의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신약성경은 마태복음부터 요한계시록의 27권을 ‘신약의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성경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더욱 증진되기를 희망합니다.

창세기

 먼저 창세기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자. 구약성경의 원문인 히브리어(이스라엘 백성의 언어) 성경에서는 첫 단어를 제목으로 쓰는데 그것이 ‘브레쉬트’(‘태초에’)이다.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판(이를 ‘70인역’이라고 함)에서는 ‘게네시스’(‘기원, 족보, 역사’)라고 부른다.

 우리말 성경은 창세기 앞부분의 내용을 제목으로 삼아서 ’창세기(創世記)’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창세’란 말속에는 천지 창조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다양한 것들의 기원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즉, 우주 만물의 시작, 인류의 시작, 가정의 시작, 죄의 시작, 인류 분열의 시작, 인간 구속의 시작, 선택된 민족의 시작, 믿음과 제사의 시작 등의 내용들도 창세기에 담겨 있다. 

 창세기는 모두 50장으로 되어있는데 내용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은 1∼11장으로 온 세상과 인류의 시작과 타락을 다루는 원역사(原歷史)이고, 둘째 부분은 12∼50장으로 아브라함의 선택으로 시작되는 족장사(族長史)를 다루고 있다. 
 창세기의 첫 번째 부분인 원역사(1∼11장) 부분은 세상의 다양한 것들의 기원과 시작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세상과 인간의 창조(1∼2장), 인간의 타락과 죄의 기원(3장), 인류의 범죄와 하나님의 심판(4∼9장), 다양한 민족의 나타남(10∼11장) 등이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류의 최초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인해 시작된 죄의 문제가 자손 대대로 내려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기야는 하나님의 홍수 심판(7:1∼8:19)이 불가피할 정도가 되었고, 그 후로도 죄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인류의 죄의 역사이다. 다시 말해서 첫 인류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께서 금하신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음으로써 타락한 이래로, 가인과 아벨의 대에 이르러서는 형제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고, 노아의 시대에 이르러는 이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게 되어,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악해지는 지경으로 치닫게 된다(6:11∼13). 그 결과 인류는 홍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홍수 심판 이후 다시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얻는다. 바로 노아와 그 가족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구원을 받게 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인류는 바벨탑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죄의 본성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11:1∼9).

 그러나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서도 한 줄기 빛은 찬란하게 내리비치듯이 이처럼 캄캄한 죄악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이 인류를 계속해서 붙잡고 있음을 창세기를 통해 가르쳐준다. 하나님께서는 타락한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고(3:21), 노아를 택하사 구원의 방주를 만들게 하셨으며, 무지개 언약으로 다시는 인류를 홍수로 심판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셨고(9:11∼17), 마침내 아브람을 택하사 인류 속에 하나님의 백성을 심기에 이르셨다.

 창세기의 두 번째 부분인 족장사(12∼50장) 부분은 장차 하나님의 택한 민족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11:10∼25:18)을 비롯한 이삭(25:19∼26:35), 야곱(27∼36장), 요셉(37∼50장) 등 네 명의 족장들의 인생과 야훼 신앙을 기술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하나님께서 주신 두 가지 약속이 족장 대대로 지속적으로 강조된다. 그 하나는 아브라함의 후손이 하늘의 별과 바다의 모래처럼 많아질 것이라는 약속이고, 다른 하나는 그 후손들이 살 땅을 주실 것을 약속하신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이스라엘 민족의 시작과 발전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원역사가 인간의 죄의 역사였다면, 족장사는 죄인 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과 선택 그리고 은혜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믿음의 조상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선택받게 되고,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님의 은혜로 극복하는 사건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비록 죄의 역사가 1장부터 11장에 걸쳐서 다뤄지지만, 무려 그 3배가 넘는 분량으로(12∼39장)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가 기록되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인류의 죄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국제신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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